휴대폰의 모닝콜.
손을 뻗는다. 일어나야 할 시간. 정지한 뇌를 이끌고 일어나 정신을 차릴 때까지 드는 시간은 2분.
컵에 뜨거운 물을 받아놓고 커피를 찾는다. 어제 사놓는다는 것을 깜박했군. 카페인 총량만 채우면 되기에 녹차 티백을 하나 꺼내어 담는다. 녹색 물결이 티백을 따라 흘러나와 온 컵을 덮는다.
샤워. 깨어났다는 것을 확정하는 의식.
샤워 후 컵에 담긴 진한 녹차 한 모금에 뇌도 슬슬 제 속도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빵도 사 놓았어야 했는데 다 먹어버렸군. 그릇을 꺼내어 씨리얼을 담고 우유를 붓는다.
완전히 옷을 갖추어 입는데는 3분. 딱딱하던 씨리얼이 우유에 녹아내려 흐물거리기 시작하는 시간. 이제 아침을 먹는다. 한 그릇을 비우는 데는 길어야 5분.
마지막으로 이를 한번 닦는다. 방을 나서기 전, 하루를 시작하는 마지막 의식. 수도를 틀고 양 손에 물을 받아 입으로 가져간다. 아차, 컵을 사용한다는 것이. 저번 달의 수도세가 머리를 스친다. 오늘 밤에 돌아와서는 컵을 쓰고 마리라. 거울 속에 비친 얼굴에 웃음을 날려주고 양말을 신는다.
신발을 신고 가방을 챙긴다. 챙길 것 다 넣었는지 잠깐 확인. 다 넣었군. 열쇠를 챙기고 방 문을 연다. 복도에 비치는 아침 햇살. 문을 잠근다.
하루의 시작.
눈부신 복도를 따라 발걸음을 내딛는다.